봄이 되면 거리 곳곳이 벚꽃으로 물든다. 사람들은 꽃길을 걸으며 활짝 핀 벚꽃을 감상하고, 사진을 찍고, 봄의 정취를 만끽한다. 하지만 벚꽃을 ‘본다’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최근 한 교육에서 후천적 시각장애를 가진 한 교육생이 말했다.
"강사님~, 저는 요즘 길을 보면 양쪽으로 흰색만 보여요."
벚꽃이 만개한 거리에서 그녀는 흐릿한 시야 속에서도 온통 하얀 세상이 펼쳐지는 듯한 경험을 했다. 예전처럼 선명한 분홍빛을 볼 수는 없지만, 마음으로는 벚꽃을 알고 있다고 했다. 기억 속의 벚꽃이 여전히 그녀와 함께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선천적으로 시각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벚꽃을 어떻게 경험할까? 그들은 손끝으로 꽃잎을 느끼고, 바람에 실려 오는 향을 맡으며, 꽃잎이 흩날리는 소리를 듣는다. 우리는 주로 시각을 통해 벚꽃을 감상하지만, 그들은 촉각, 후각, 청각을 통해 벚꽃을 경험한다.
이는 장애학적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우리는 흔히 ‘보는 것’을 시각적인 경험으로 한정하지만, 사실 감각적 경험은 다층적이며, 개인의 신체적 차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장애학에서는 이러한 차이를 ‘결핍’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의 경험으로 바라본다. 즉, 벚꽃을 감상하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며, 그 방법들은 각각의 삶의 방식과 연결된다.
장애를 바라보는 사회적 모델에서는 장애가 개인의 결함이 아니라, 환경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고 본다. 우리가 벚꽃을 감상하는 방식을 ‘시각 중심’으로 한정할 때, 그것은 장애를 신체적 한계로만 바라보는 사고방식과 연결된다. 하지만 벚꽃을 느끼는 다양한 방식이 인정될 때, 우리는 장애를 차이가 아닌 하나의 ‘다른 경험’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벚꽃은 눈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도 볼 수 있어요. 우리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벚꽃을 보고 있는 거죠."
우리는 장애를 ‘결핍’이 아니라, 감각과 경험의 차이로 바라볼 수 있을까? 벚꽃을 경험하는 다양한 방식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 또한 다양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그것이 장애학적 사고의 출발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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