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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지 칼럼] 건강한 선택

기사입력 2024.02.13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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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은지 칼럼리스트>

     

     퇴근을 넘긴 시간.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 모니터를 바라본다. 그러다 조금 전 주문한 햄버거 한입을 베어 문다. ‘일단 배라도 채우자.’는 마음으로 햄버거 조각을 씹어 삼킨다. 빠르게 키보드를 두드려야겠다는 마음이 앞서면 손에 들고 있던 것마저 귀찮아 내려놓고 다시 모니터를 응시한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 식어버린 햄버거를 허겁지겁 입안으로 다시 밀어 넣고 저녁 식사를 마무리한다.

     

     

    며칠째 계속되고 있는 야근에 조금이라도 빨리 퇴근하려니 결국 선택한 것은 패스트푸드였다.

    오늘 점심은 먹었던가. 커피 한 잔으로 대신했던 것 같은데.’

    바쁜 시기가 오면 정신없이 몰아치는 일들을 처리하느라 끼니를 놓치기도 한다. 매번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빈번해지는 이러한 패턴에 마음이 좋지는 않다. 워라밸까지는 아니어도 저녁이 있는 삶을 살고 싶은데 여전히 일에 허덕이며 사는 직장인 같아 보여 씁쓸해진다.

     

     

    얼마나 꽃길을 걸으려고 밥도 못 챙기며 사나.’ 싶어 서글퍼지는마음을 잠시 바라보게 된다. 식사를 햄버거로 대신했다고 해서 서글픈 것은 아니다. 필요해서 하는 일이지만 반복되는 상황과 환경 때문에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이다.

     

     

    한 해를 시작하며 목표했던 한 가지는 건강한 삶을 살겠다는 다짐이었다. 피로 회복제를 과다 복용하지 않고 신선한 음식과 걷기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했는데, 새해의 시작과 동시에 많아진 업무로 식사 시간을 놓치거나, 허기를 달래는 음식들로 가득하다 보니 다짐했던 삶은 어디에도 없는 듯하다.

     

     

    사람은 밥심으로 살지.”가 인생 모토인데 끼니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날이 많아질수록 지금 바쁘구나. 열심히 살고 있구나.’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나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는 행동들이 습관처럼 이루어지는 것 같아 불편함이 올라온다. 시간을 아끼려 편의점 음식으로 식사를 대신하는 날이면 음식 하나에서 오는 불만이 삶의 행복과 연결된다.

     

     

    삼각 김밥을 먹으며 그래서 지금 행복한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 아주 근원적인 질문들로 이어진다. 하루 한 끼 그냥 대충 먹을 수도 있는 식사인데, 내 삶의 행복과 즐거움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하니 우습기도 슬프기도 하다.

     

     

    하루 일상의 작은 부분들을 놓침으로 삶의 대부분이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여기는 점에 새삼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좀 더 들여다보면 나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있었다. 바쁜 이유로 놓치는 식사일지라도 좀 더 건강한 음식을 섭취하는 방법을 찾고, 나를 챙기는 행동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것이다.

     

     

    사람의 몸속 세포가 초당 380만 개 이상 새로 교체되며, 매일 새로 태어나고 죽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세포조차도 초당 스스로를 위한 선택을 계속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나의 식사를 반추해 보게 된다.

     

     

    건강하게!”라는 선택은 언제나 나의 몫이었는데, 그것 역시 여유가 없다는 핑계로 한 발 물러서 타협했던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하는 순간, 왠지 모르게 다시 힘이 나는 것은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다.

     

     

    내일 점심에는 당근과 고구마를 먹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간단히 먹는 식사 한 끼라도 나를 위한 선택을 조금씩 늘리다 보면 삶이 보다 나은 것들로 채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불편한 상황에 머무는 선택보다 스스로를 위한 방향으로 건강과 만족감을 늘릴 수 있는 선택지를 고려해 보는 오늘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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