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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갑잖은 이름, 오시리아

기사입력 2023.03.29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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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시작이다.’ 이는 어떤 대상을 두고 반복할 경우, 이르는 말이다. 내가 왜 이런 말을 하는 지는 들어보면 안다. 

    잘 알다시피 부산엔 웨스트마크, 벡스코 등 외국어로 된 명칭이 여럿 있다. 기장지역에선 오시리아가 뜬금없이 생색이라도 내려는 듯 선을 뵈고 있어 사람들을 끄달리게 한다. 

    내가 스스로 ‘또 시작이다.’란 말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오시리아란 단어의 잘못에 대한 나무람이 한번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시리아는 <햄릿>의 등장인물인 오필리아와 같이 외국어가 아닌 합성어로서 이름을 마주할 때마다 성격이 독특한 것 같아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오시리아는 동부산관광단지가 들어선 이후 언제부터인가 생긴 이름이며 동해선 경전철의 역명도 그렇게 하여 지어졌다고도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명칭이 사실에 부합되느냐는 것이다. 나의 경우, 오시리아란 역의 명칭에 대하여는 맨 첨 경전철안의 어떤 승객으로부터 전해 듣고 알았다. 

    오시리아란 글자그대로 오와 시 그리고 리아로 조합된 단어로서 얼핏 그럴듯한 것 같지만 사람들의 관심만 끌뿐, 관광명소의 적용상 불합리한 점이 있어 명칭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가 요구된다. 

    내가 2018.4.24 지방의 일간지(기사 : 독자의 눈)를 통해 오시리아의 문제점에 대해 시민들에게 주의를 환기시킨 것도 이 때문이다. 

    오시리아관광단지의 모태인 동부산관광단지는 해운대구 송정동과 인접해 있는 기장읍 당사리 및 시랑리의 일원에 위치하나 요즘 기장군 일대의 바닷가가 맛집과 카페 등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많은 인파가 몰려듦에 따라 군 전체가 관광단지로 그 범위가 넓혀지고 있는 실정이다. 

    오시리아관광단지를 연결하는 동해선의 중심지역인 오시리아역에 대해 살펴본다. 이 역은 행정구역상 당사리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계당국이 역의 지명을 두고도 오시리아에 눈이 꽂히듯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 역명을 볼 때마다 느껴보지만 왠지 어리둥절하고 고개가 절로 갸우뚱해짐을 지울 수가 없다. 

    역명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은 어떤가. 역명에 대한 관심은 이외로 커 승객들이 오시리아란 안내방송을 듣기만 하면 오시리아가 뭔지를 들먹이는 경우가 허다하고 개중엔 뜻을 알기위해 역무실을 직접 다녀가는 사람도 더러 있다한다. 

    오시리아란 역명은 역내에 게시된 안내문에 쓰여 있다. 보면 알겠지만 내용이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관심부터가 맘을 조이게 한다. 이에 의하면 “부산도시공사가 조성중인 동부산관광단지의 교통편의성 증대를 위하여 동해선 신설 구간에 새로 지어진 역으로서 테마파크개발과 더불어 동부산관광단지의 통합브랜드명으로 오시리아를 채택하였다. 

    오시리아 뜻의 유래는 관광단지내 절경을 자랑하는 오랑대 그리고 용녀와 미랑스님의 사랑이야기를 간직한 시랑대에서 머리글자를 따와 장소를 나타내는 접미사 이아(~ia)를 합성한 단어이다. 

    또한 중의적 의미로 부산으로 오시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라고 하는 등 솜씨를 보이겠다며 설명이 장황하다. 

    그렇지만 과연 사실에 맞기나한 걸까? 관광단지내의 오시리아테마파크가 말해주듯 오시리아를 알려면 먼저 오랑대와 시랑대의 배경부터 꼼꼼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기장의 향토지인 <구기장군향토지(1992. 재부구기장군향인회)>에 의하면 ‘오랑대의 유래와 전설’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가 없다. 

    다만 ‘시랑대’편에서 “1733년 권적이 기장현감으로 좌천돼 이곳 경치를 보고 자기벼슬인 시랑을 따 시랑대란 세 글자를 바위에 새긴 뒤부터 올랑대의 북쪽은 원앙대鴛鴦臺(지금의 해광사 일대), 남쪽은 시랑대라 구분하였다.”라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올랑대가 바로 원앙대 그 자체이다. 올앙대이기도 한 오랑대는 시랑대의 원명인 원앙대에서 지역사람들에 의해 제각각으로 변음 돼 그렇게 부른다.

    2001.4.21 박약회 부산지회가 발간한 <부산의 전통과 문화>란 책을 보면 오랑대라 하지 않고 위 향토지처럼 올랑대라 표기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랑대는 들먹이면서 원앙대와 아주 가까운 말인 올랑대와 올앙대 등은 배제한데 대해 오랑대가 이들 명칭의 대표라도 된다는 건지, 관계 당국의 설명이 없다는 점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시랑대가 들어서기 전부터 비오리가 원앙새처럼 파도를 타며 주변을 넘실댄다하여 이름 지어진 원앙대. 문헌엔 어떻게 나와 있는지 살펴본다. 

    규장각에 소장된 <1872 군현지도(기장지도)>인 ‘경상남도 기장군 여지도’란 고지도를 보면 시랑대와 죽도(기장읍 연화리 신암마을 소재) 사이에 오랑대의 본디 말인 원앙대가 뚜렷이 표기돼있고 <영남읍지(1895)>의 [형승] 편에 의하면 “원앙대는 기장현에서 남쪽으로 10리, 시랑대는 현의 남쪽 15리에 있다.”라고 하였다. 문헌대로라면 오랑대 등이 아닌 원앙대여야 맞다. 

    문헌은 법으로 치면 헌법에 해당돼 이를 지켜야함은 상식이다. 그러니까 기장의 향토가사인 <차성가(1860)>의 주석에서 보듯 “원앙대는 연화리 서암마을에서 동남쪽으로 바라보이는 곳(현 오랑대의 위치)에 있다.”라고 함으로써 문헌상의 지명을 뒷받침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근자에 이르러 한국철도공사가 제작한 ‘코레일 광역전철 노선도’를 보면 문헌에도 없는 오랑대를 임의로 삽입하는가하면 일부 간행물엔 검증되지도 않은 한문으로 표기하고 새로운 유래까지 설정함으로써 전래되던 원앙대의 유래이자 상징인 금실 좋은 원앙의 고유한 이미지가 어디에도 찾아볼 수가 없고 그러다보니 이의 뜻이 되레 잠식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오랑대는 기장8경에 속하지도 않으며 문헌상 원앙대, 시랑대, 태정대, 적선대, 용두대, 황학대 등과 같이 기장의 대명臺名에도 나오지 않는다. 

    왜냐하면 오랑대는 올랑대, 올앙대와 함께 이의 원명이 원앙대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거듭 말하거니와 해광사 주변을 위 향토지의 지명풀이처럼 오랑대라 하였지만 이와 유사한 이름이 난무하는 한, 원명을 내세우는 게 당연지사가 아니겠는가. 

    철도관계자의 말을 빌면 오시리아의 영문은 osiria, 중국어로는 奧西利亞(오서리아)로 표기하며 한글로는 오시라란 뜻을 가지고 있다한다. 

    여기서 보듯 오랑대, 올랑대, 올앙대 등은 원앙대의 원음이 지역 사람들에 의해 와전돼서 생겼다. 특히 오랑대의 경우, 올앙대를 풀어쓴 말이고 또한 올랑대의 올에서 ㄹ자를 뺀 것일 뿐 공인된 명칭이 아닌데다 문헌엔 원앙대여서 원앙대가 살아있는 한 오랑대 등은 들먹일 대상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역명만은 오랑대가 들어감으로써 만들어진 오시리아가 아닌 행정지명을 딴 당사로 하되 관계기관이 꼭 관광명소를 넣어야겠다면 원앙대, 시랑대의 머리글자에다 접미사는 롯데리아의 리아를 따 만든 원시리아로 대체하는 게 어떨까싶다. 관광단지의 이름만 해도 그렇다. 기장읍 내리에 있는 삼정그린코아 더 베스트아파트의 경우, 등기부상 동부산관광단지로 돼있음에도 불구하고 관광단지의 이름을 또다시 오시리아관광단지를 내세우다니. 관광단지의 이름이 양립되면 이는 옥상옥이 아닐까? 궁금한 것은 또 있다.

    오시리아가 첨 등장할 때만 해도 관계당국이 공청회를 거쳤는가라는 점이다. 명칭을 정할 땐 신중해야한다. 오랑대는 원앙대란 지명에서 변천된 것이 아니어서 내세울 대상이 아니며 더욱이 문헌에도 나오지 않아 오시리아의 브랜드로선 적합하지 않고 그렇기 때문에 오시리아를 주장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어떤 사람은 말하길 ‘오랑대의 유래가 있기 때문에 오랑대란 명칭을 사용해도 무방하지 않겠느냐.’라고 반문하기도 한다. 하지만 문헌에도 없는 오랑대를 들먹임으로써 전래되던 원앙대란 고유의 명칭과 이의 유래가 역사의 뒤안길로 묻히고 그것도 모자라 근간에 이르러 오랑대가 마치 독자적인 지명인양 갖은 설을 내세우며 이의 유래까지 소설을 쓰듯 함은 엄연한 역사를 그르치는 일이 아니겠는가? 오시리아를 부각시킴으로써 원앙대가 수면 아래로 묻히는 등 고스란히 피해를 입고 있다는 사실. 이를 알고도 그냥 지나치자니 방관자란 소릴 들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러기에 만시지탄이지만 이를 바로 잡는 것이 지역에 몸담은 사람으로서의 역할이 아닐까란 생각에서 이 문제를 되짚어본다.

     

    * 기고 : 김차웅. 검경합동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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