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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희 칼럼리스트의 '너무 어려운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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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뉴스

김연희 칼럼리스트의 '너무 어려운 숙제'

'너무 어려운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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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세상에 산타클로스는 없다라는 충격적인 진실을 몇 살쯤 마주할까? 우리 아이는 초등학교 1~2학년 때까지는 믿었다고 한다. 어느 해인가 크리스마스 전날, 산타 할아버지에게 선물을 주셔서 감사하다는 편지와 과자를 문 앞에 두고 잤던 아이의 순수함에 미소지었던 기억이 난다. 며칠 전, 아이가 물어본다. “그럼 그 과자 누가 먹었어?”

 

굴뚝을 타고 내려와 선물을 주시던 산타 할아버지가 아빠, 엄마였음을 알아버리고도 당당히 선물을 요구하는 아이에게 이런 제안을 한 적이 있다.

세상에는 즐거운 크리스마스가 되어도 선물 같은 건 기대도 못 하는 친구들이 많은 거 알지? 선물을 내가 받는 것도 좋은데, 크리스마스 선물을 하는 건 어떨까? 만약 그렇게 한다면 너에게 선물로 사 줄 금액에 엄마가 매칭을 해서 네 이름으로 기부를 할게.”

선물을 받을 생각에 들떠있던 아이가 갑자기 심각한 얼굴로 말한다.

그냥 선물 받을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고민거리가 생겼어. 선물 받겠다고 하면 나쁜 애 같잖아.” 아이에게는 난제 중의 난제였을지도 모르겠다. 기부하자니 선물이 눈앞에 밟히고, 선물을 받자니 뭔가 마음이 불편한 상태였을 것이다. 눈빛이 흔들리는 아이에게 말해주었다.

어떤 결정을 해도 괜찮아. 선물을 받고 싶다고 해서 절대 잘못하는 거 아니야. 나쁜 애도 아니고. 이번에 안 해도 앞으로 할 기회가 계속 있을 건데 뭐. 미안해할 필요 전혀 없어. 그냥 이런 생각도 해 볼 수 있겠다 싶어서. 시간 많으니까 생각해보고 얘기해 줘.”

 

누군가는 꼭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한마디 할지도 모르겠다. 그냥 기분 좋게 선물해 주면 될 것 아니냐고.

 

가장 축복받는 휴일이 된 크리스마스. 이제는 종교와 상관없이 온 가족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며 그 기쁨을 누리고 마음을 주고받는 날이 되었다. 하지만 세상 모든 사람의 마음이 행복으로 넘칠 것만 같은 날에, 특별한 날이기 때문에 더 외로운 사람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나부터도 눈앞에 보이는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마주한 현실이 가장 중요하다. 보이지 않는 것까지 일부러 찾아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평상시에도 주변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하지만 잊고 지낼 때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특별한 날이라도 시선을 돌려보려고 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한 개인의 기부는 바닷물에 물 한 방울이 더해지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리 미미해도 모이면 눈에 보일 만큼 커지고 힘이 생기지 않을까?. 그런 마음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아이와 나누었던 대화의 결말은 상상에 맡기겠다. 아이는 어떤 결정을 내렸고, 난 그 의견을 존중하고 지지해 주었다, 아이에게 던진 숙제가 너무 무거워 보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기까지 이웃과 나의 관계를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충분한 것 같다.

 

물론 크리스마스가 주는 기쁨과 즐거움은 최대한 즐겨야 한다.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 연인에게 맘껏 사랑을 표현하고 넘치게 행복 하자. 내 기쁨과 행복을 희생하자는 말이 아니다. 단지 외롭고 힘든 겨울을 보내고 있을 이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마음만이라도 이웃과 사랑을 나누는 크리스마스가 되길 바라본다. 이것이 진정한 크리스마스의 의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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