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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지 칼럼리스트의 '우리 삶의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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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교육/건강

유은지 칼럼리스트의 '우리 삶의 마디'

유은지. 우리 삶의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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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은지 칼럼리스트 >

 

주말 오후, 지인들과 대나무로 유명하다는 아홉산 숲을 찾았다. 장소를 옮기며 걸을 때마다 사락사락. 바람결에 들려오는 대나무 잎 소리는 처마 끝 풍경 소리를 떠올리게 했다. 빼곡하게 줄지어 선 대나무 숲에 들어가니 대나무 향에 코끝이 상쾌해진다. 사계절 내내 녹색으로 푸른 대나무는 식물들이 자신의 색을 잃어버리는 겨울이 될수록 푸르름이 더욱 빛을 발하는 듯하다.

 

고산 윤선도는 <오우가>에서 대나무를 풀도, 나무도 아니라고 말했는데, 일반적인 나무와는 달리 대나무에는 나이테 대신 마디들이 있다. 대나무는 나무가 아닌 풀과 식물에 속한다는 사실을 설명서를 통해 알고는 ‘풀이 이렇게 높이 자랄 수 있다니.’하며 더 경이롭게 올려다보았다.

 

대나무는 땅 밑에서 4~5년간 수십 미터까지 뿌리를 내리는데, 오랜 시간 뿌리들이 서로를 견고하게 다지며 깊숙이 자란다고 한다. 땅 밑 뿌리 내린 대나무가 어디까지 높이 뻗어 올라가는지를 넋을 놓고 올려다보다 대나무에 새겨진 마디들이 눈에 들어왔다. 마디는 대나무가 부러지지 않고 더 높이 성장하도록 지지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비바람에 흔들려 부러질 수도 있는데 마디가 있기 때문에 쉽게 쓰러지지 않고 더 높이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길게 뻗어가기 위해 마디를 두어 잠시 멈추고, 다시 자라나는 대나무는 포기를 모르는 것 같다. 이러한 모습 때문에 대나무는 우리에게 강인함의 상징으로 여전히 기억되나보다.

 

우리의 삶에도 대나무의 마디가 필요한 시기가 있다. 한참 성공과 성장에 집중하다 보면 번아웃으로 잠시 내려놓아야 하는 때가 오기도 한다. 그리고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남들이 알아봐 주지 않아도 나를 단련해야 하는 시기가 있다. 조금 느리더라도 스스로를 다지고, 준비해야 하는 시기가 누구에게나 오기 마련이다. 나아감이 힘들 때, 대나무가 오랜 시간 마디를 만들며 살아낸 모습을 기억해도 좋겠다.

 

무수히 많은 대나무들이 바람결을 따라 흔들린다. 조용한 가운데 소리를 내며 흔들리는 대나무를 보고 있자니 우리의 삶도 다르지 않은 듯하다

 

삶은 계속해서 나아가는 과정이다. 뿌리를 내리는 데에도, 성장하는 가운데에도, 그리고 성장한 후에도 우리는 계속 나아가야 한다.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쌓아온 것들을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고, 성장하기를 잠시 내려놓고 쉬어가는 과정도 필요하다. 그러한 삶의 마디의 과정 속에서 우리는 더 힘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삶에도 잠시 멈춤의 마디가 있음을 인정하면, 그 과정을 조금은 견뎌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차올랐다.

 

물러서기를 선택하기보다 대나무의 마디를 기억하면서 잠시 멈추어 준비하고, 다시 나아가는 오늘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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