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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개혁 칼럼] 법은 정치 위에 있는가, 정치가 법 위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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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개혁 칼럼] 법은 정치 위에 있는가, 정치가 법 위에 있는가

- '죄형법정주의의 핵심은 ‘예측 가능성’



대법원.jpeg

 

법은 정치 위에 있는가, 정치가 법 위에 있는가

법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평가받던 인물, 오랜 기간 검찰 조직의 수장을 지낸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다. 그는 “야당의 폭주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계엄령을 선포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사법적 판단은 ‘무기징역’이라는 중형으로 귀결되었다.

이 사건을 둘러싸고 국민들은 혼란에 빠져 있다.

법치국가라면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무엇이 죄이며, 그 죄에 얼마의 형량이 따르는지” 예측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과는 많은 이들의 예상과 크게 달랐다. 과연 법은 일관되게 적용된 것인가, 아니면 정치적 해석이 법의 영역을 잠식한 것인가.

 

 

죄형법정주의의 핵심은 ‘예측 가능성’

헌법 질서에서 죄형법정주의는 단순한 원칙이 아니다. 이는 국가 권력이 자의적으로 형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막는 최후의 안전장치다.

“법률 없으면 범죄 없고, 법률 없으면 형벌 없다.”

국민은 법 조문을 통해 어느 정도 결과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국가 권력의 남용을 통제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판결을 두고 상당수 국민이 “이 정도가 무기징역인가?”라고 하는가 하면, 다른 상당수는 "국난에 사형이 마땅하지 않냐?"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면, 그것은 단순한 정치적 호불호의 문제가 아니라 법적 신뢰의 문제일 수 있다.

 

계엄령은 언제 정당한가

대한민국 헌법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에서 계엄을 선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에 준하는’이라는 해석의 영역이다.

정치적 교착상태가 국가 위기인가?

의회 다수의 강경한 입법 추진과, 임용직의 탄핵 난발발은 헌정 질서를 위협하는 사태인가, 아닌가?

이 판단은 법리적 문제이면서 동시에 정치적 문제이기도 하다. 여기서 사법부의 판단은 결국 “그 상황이 헌법이 예정한 비상사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린 셈이다. 그렇다면 쟁점은 단순히 계엄의 적법성 여부를 넘어선다. 대통령의 권한 행사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 그리고 그 판단에 형벌을 얼마나 엄격히 부과할 것인가의 문제다.

 

 

국민 여론과 형벌의 관계

더 복잡한 것은 당시 여론이다. 일정 비율 이상의 국민이 계엄을 지지했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다면, 이는 사법 판단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가.

법은 여론에 따라 움직여서는 안 된다. 그러나 동시에 법은 국민의 법 감정과 완전히 동떨어져 존재할 수도 없다. 만약 사회 구성원 상당수가 “그 조치가 중형에 해당할 만큼 반헌법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느낀다면, 판결 이후 남는 것은 법적 안정성보다 정치적 갈등일 가능성이 크다.

 

 

법치의 본질은 ‘절제’

법치주의의 핵심은 강한 처벌이 아니다.

법치의 본질은 권력의 절제이며, 형벌의 비례성이다.

형벌은 범죄의 중대성에 비례해야 한다는 원칙, 즉 비례의 원칙은 현대 형법의 기본이다. 무기징역은 사실상 사회적 생명을 박탈하는 최고 수준의 형벌이다. 그것이 내려졌다면, 그에 상응하는 헌정 질서 파괴의 중대성이 명확히 설득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판결은 법적 결단이 아니라 정치적 선언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

 

 

사법의 독립과 책임

사법부는 정치와 거리를 두어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사법 판단은 사회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번 판결이 역사적으로 정당한 평가를 받을지, 아니면 정치적 격변기의 산물로 기록될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분명한 것은, 법치국가에서 가장 위험한 상황은 ‘누가 옳으냐’의 문제가 아니라 ‘판결을 예측할 수 없게 되는 순간’이다. 법이 예측 가능성을 잃는다면, 국민은 법 대신 정치적 진영에 기대게 된다. 그때 법치는 흔들린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감정이 아니라 원칙

이 사안을 두고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러나 국가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것은 감정이 아니라 원칙이다.

계엄이 과연 헌법이 허용한 범위를 넘어섰는지, 형벌은 비례의 원칙에 부합하는지, 그리고 그 판단이 정치적 고려 없이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냉정한 검토가 필요하다.

법이 정치 위에 서 있다면, 그 법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만약 정치가 법 위에 서 있다는 의심이 커진다면, 그것이야말로 헌정 질서의 더 큰 위기다.

지금 국민이 당황하는 이유는 단순히 형량의 무거움 때문이 아니다.

“법은 과연 예측 가능한가?”라는 근본적 질문이 던져졌기 때문이다.

법치의 신뢰는 하루아침에 무너지지 않는다. 그러나 한번 흔들리면 회복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것은 특정 인물이 아니라, 원칙으로서의 법치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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