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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용지가 모자란 선거, 민주주의의 여백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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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뉴스

투표용지가 모자란 선거, 민주주의의 여백은 없다

통일교 논란과 선관위 책임은 다른 문제…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남긴 과제

 

투표2.jpg

[사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가 자녀와 함꼐 투표함에 용지를 투입하는장면

         (출처:뉴시스/연합뉴스제공)

 

 6·3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선거관리의 기본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선관위 1차 조사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 본투표 과정에서 일부 투표소에 투표용지가 부족해 추가 송부가 이루어졌고, 실제 투표 진행이 일시적으로 멈춘 곳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권자가 투표소에 도착했는데 투표용지가 부족했다면, 그것은 단순한 현장 혼선으로만 볼 수 없다.

 

 

투표소에서 유권자가 마주하는 첫 기준은 복잡한 제도가 아니다. 자신의 표를 행사할 수 있도록 준비된 절차다. 그 절차가 흔들리면 선거의 신뢰도 함께 흔들린다.

 

 

최근 정치와 종교, 선거와 단체의 관계를 둘러싸고 통일교가 자주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통일교와 같은 종교단체를 정치 논란의 상징처럼 소비하는 방식은 신중해야 한다. 법 위반이 확인된다면 그 책임은 법에 따라 물어야 하지만, 특정 종교명 자체를 낙인처럼 앞세우는 것은 종교의 자유와 종교단체의 자치성을 가볍게 만드는 일일 수 있다.

 

 

종교의 자치성은 신앙공동체 내부의 자유와 관련된다. 그 자치성은 공적 비판을 완전히 면제하는 장치가 아니지만, 정치적 의심만으로 쉽게 무너뜨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종교에 대한 사회적 질책은 구체적 사실과 법 위반 여부를 기준으로 절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선거관리위원회의 독립성은 전혀 다른 성격이다. 선관위의 독립성은 책임을 피하기 위한 자치가 아니라, 정당과 권력으로부터 독립하여 유권자의 참정권을 더 엄격하게 보장하라는 공적 장치다. 종교의 자치가 신앙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면, 선관위의 독립성은 선거의 공정성과 국민의 투표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이번 사안을 두고 곧바로 부정선거를 단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그러나 부정선거를 단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선거관리 책임까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투표용지는 선거의 가장 기본적인 물적 조건이다. 그 기본이 현장에서 부족했다면, 선거관리 체계는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선거의 신뢰는 개표장에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받는 그 순간부터 선거관리는 이미 평가되고 있다. 투표용지가 부족해 기다려야 했던 유권자, 투표 진행 중단을 목격한 유권자, 불안한 마음으로 현장을 떠났던 유권자가 있었다면 그 경험 자체가 선거 신뢰의 균열이다.

 

 

이번 사태가 환기하는 것은 분명하다. 참정권은 남는 용지로 보장되는 권리가 아니라, 처음부터 충분히 준비되어야 하는 권리다.

 

 

선관위는 이번 사태의 원인과 책임 소재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투표용지 배정 기준은 무엇이었는지, 사전투표율과 본투표 예상치를 어떻게 계산했는지, 현장 부족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떤 절차로 대응했는지, 추가 송부와 투표 재개 과정에서 유권자 불이익은 없었는지 설명해야 한다.

 

 

정치권도 이 사안을 정쟁의 재료로만 소비해서는 안 된다. 필요한 것은 선거결과에 대한 감정적 공방이 아니라, 다음 선거에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이다. 투표용지 배정 기준, 비상 공급체계, 현장 대응 매뉴얼, 투표 중단 시 유권자 안내 절차를 구체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거창한 구호로만 유지되지 않는다. 투표소 문이 열렸을 때, 유권자가 기다림과 불안 없이 자신의 표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그 평범한 장면이 무너지면 선거의 권위도 흔들린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작은 행정 착오로 덮을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참정권 보장이라는 헌법적 기준 앞에서 선거관리기관이 다시 답해야 할 공적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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