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1.06 (금)
-신동명 교수
우리는 오랫동안 독서를 ‘정적인 활동’으로 정의해 왔다. 조용한 공간에서 책을 펼치고, 저자의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흡수하는 행위. 이것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독서의 전형이다. 하지만 디지털 정보의 범람과 그에 따른 문해력 위기 속에서, 이러한 ‘수동적 읽기(Passive Reading)’는 더 이상 효과적인 생존 전략이 되지 못한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책이라는 텍스트를 끊임없이 해체하고 재구성하며 저자와, 그리고 타인과 치열하게 대화하는 ‘상호작용적 읽기(Interactive Reading)’로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상호작용적 읽기의 핵심은 책을 ‘완성된 지식의 저장고’가 아닌 ‘사고의 시작점’으로 바라보는 데 있다. 수동적 읽기가 정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입력’의 과정이라면, 상호작용적 읽기는 자신의 관점을 더하고, 의문을 제기하며, 텍스트가 전달하는 논리의 틈을 메우는 ‘생산’의 과정이다.
그렇다면 책을 어떻게 ‘토론의 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까? 첫 번째는 텍스트에 대한 ‘질문하기’다. 책을 읽는 동안 독자는 끊임없이 저자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 주장은 어떤 근거를 바탕으로 하는가?”, “왜 저자는 이러한 비유를 선택했는가?”, “만약 다른 상황이라면 이 논리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와 같은 질문들은 텍스트의 표면 아래 숨겨진 맥락을 파헤치는 도구가 된다. 질문이 있는 곳에 사고가 깃들고, 질문하는 독자만이 텍스트의 주인이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사회적 독서(Social Reading)’의 실천이다. 독서는 본래 혼자만의 내밀한 경험일 수 있으나, 문해력의 수준을 비약적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타인과의 접점이 필요하다. 자신이 읽은 내용을 타인과 공유하고, 서로 다른 해석을 비교하며, 논쟁하는 과정은 파편화된 사고를 하나로 꿰어 맞추는 가장 강력한 연마제다. 책을 두고 벌이는 대화는 서로의 생각을 검증하고, 나아가 자신의 논리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게 만든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독서를 ‘운동(Movement)’이라 부르는 이유다.
세 번째는 ‘반응적 글쓰기’다. 상호작용적 읽기는 책을 덮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텍스트에 대한 나의 생각, 의문, 그리고 깨달음을 글로 남기는 행위는 읽기의 정점이다. 책과 나 사이에 오고 간 치열한 사유의 흔적을 기록할 때, 비로소 독서는 내 삶의 지식이 되고 문해력이라는 단단한 근육이 된다.
디지털 환경에서 수동적인 콘텐츠 소비에 길들여진 아이들에게, 책을 토론의 장으로 끌어들이는 능력은 곧 세상을 읽어내는 힘이다. 우리는 이제 아이들에게 ‘무엇을 읽느냐’를 묻기보다 ‘어떻게 대화하느냐’를 가르쳐야 한다. 책을 매개로 타인과 소통하고,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개진하는 힘. 능동적이고 상호작용적인 읽기만이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의 문해력을 구원할 유일한 해법이다.
다음 회차에서는 이러한 상호작용적 독서 철학을 실천하고, 문해력을 기반으로 한 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가 추진하는 'BookGems(북잼스) 운동'이 지향하는 가치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루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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